2009/07/04 15:24 | 의견/미분류

언제부턴가 자전거는 녹색 정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요인들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고 자전거 테마주의 가격이 폭등하는 일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야 어쨌든 자전거를 좋아하고 또 서울 시내를 오가는 교통수단으로 적극 활용 중인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모든 것이 모자라고 궁핍했던 시절, 자전거는 집안의 중요한 살림 밑천 중 하나였다. 쌀집, 꽃집 등 업종을 막론하고 나무판자로 엮은 짐칸이 딸린 자전거는 물품의 운송 수단으로도 널리 이용되었었다. 하지만, 산업이 발달하고 소득이 높아지며 집집이 자가용을 몰게 되는 시대가 오면서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는 점점 잊혀갔다. 비교적 저렴한 요금으로 도시 구석구석까지를 오가는 대중교통 체계의 발달 역시 자전거의 입지를 축소시켰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자전거를 타고 통학이나 통근하는 사람은 이미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약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10년 동안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사실은 잊혀져 가던 자전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높아진 국민 소득과 여유를 반영하듯 그 역할은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레저 수단으로 변모했다. 언젠가부터 서울 시내 주요 도로는 물론, 근교 야산에서 온갖 용품들로 무장한 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보는 일은 그리 낯설지 않은 일이 되었다. 거기에 경제 위기와 유가 폭등은 거의 사라졌던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의 역할도 일부 부활시켰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서 가장 큰 자전거 카페의 이름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27만 명이 넘는 카페 회원 중 실제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회원들의 수가 얼마나 될지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대표적인 자전거 동호회의 이름에서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를 찾아볼 수 있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는 의미의 '자출'이라는 줄임말이 낯설지 않은 지금, 나는 한국에서의 자전거의 위상이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목적은 앞서 말했듯이 앞서 말했듯이 레저와 교통수단,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정책 지원이 집중되어야 하는 부분은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다. 특히 장기적으로 자전거를 대중교통과 더불어 도시 내부를 오가는 주요 교통수단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환경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서울을 비롯한 도시 곳곳에서는 수많은 자동차가 매연을 내뿜으며 그렇지 않아도 막히는 도로를 꽉 메우고 있다. 사실 자동차를 이용한 통근자 중 상당수는 꼭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다시 말해 대중교통 같은 다른 수단을 이용하더라도 통근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 중 일부만이라도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주 교통수단으로 이용한다면 도시의 대기 오염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 앞으로 활성화될 탄소배출권 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함으로써 얻는 더 큰 편익은 국가가 아니라 개인에게 돌아온다. 경제적으로는 자동차 한 대를 운용하는 데 드는 자동차 구입비, 유류비, 보험료, 유지보수비, 각종 세금 등 엄청난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자동차보다 훨씬 저렴한 자전거 구입비, 자동차보다 훨씬 저렴한 유류비(식비), 자동차보다 훨씬 저렴한 유지보수비뿐이기 때문이다. 잘만 운용하면 대중교통 요금보다도 더 저렴한 비용으로 서울 시내를 오갈 수 있다.

건강 측면에서 얻을 수 있는 편익은 더 크다. 자전거 출퇴근은 바쁜 직장인의 일과에서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도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타기는 수영과 더불어 관절에 무리를 덜 주면서도 높은 효과를 내는 대표적인 운동이다. 실제로 자전거 동호회에서는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작한 한 뒤 뱃살 감소 같은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 개인에게 있어서 국가나 기업 간에 이루어지는 탄소배출권 거리나 뭐니 하는 것이 무슨 상관인가. 내 한 몸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지. 그런 점에서 도보보다 훨씬 빠르면서 운동까지 되는 자전거, 정말 좋은 운동 수단이다.

사람들이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가장 크게 오해하는 부분은 자전거가 생각보다 느리다는 점이다. 하지만, 자전거는 그렇게 느리지도 않고 자전거로 오가지 못할 만큼 우리나라의 도시들이 거대한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내가 살고 있는 용산구 숙대입구역 즈음에서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코엑스까지는 한강의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면 30분 조금 더 걸리는 정도의 시간 밖에는 걸리지 않는다. 그 중 마포구 홍대입구에서 강남구 코엑스까지의 거리는 심리적으로 상당히 멀게 느껴지는 거리지만 실제로 측정해보면 주행해야 할 거리는 20km 남짓에 불과하다. 사실 자전거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잘 포장된 도로 위에서 시속 20km 이상의 속도를 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 대충 계산해도 한 시간 정도면 달릴 수 있는 거리다. 홍대입구역에서 삼성역까지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할 경우 43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오는데 도보나 버스를 이용해서 지하철역까지 이동해서 플랫폼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사실 시간상으로 큰 차이는 없는 셈이다. 게다가 출퇴근 시간에 2호선 이용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감안해보면 어느 쪽이 더 유리한 이동수단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많은 만큼 감수해야 할 불편함도 없지 않다. 자전거의 바퀴를 굴리려면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자연히 땀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출근길에 땀이 나서 옷이 젖으면 직장에서 꽤 난감한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일부 샤워 시설이 비치된 직장에서는 샤워 후 옷을 갈아입으면 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곳이 더 많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보관하는 것도 문제다. 자전거 도둑이 워낙 기승을 부리다보니 실외보다는 실내의 눈에 띄는 곳에 보관해야 안전한데 사무실 내에 자전거를 보관할만한 공간이 없을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의 불만을 살 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접을 수 있는 자전거를 이용한다면 조금은 더 편리할 수는 있겠지만 큰 쇳덩이를 어딘가 보관해야 한다는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런 불편함들을 최소화하고 자전거를 더 편리한 이동수단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도 필요하다. 서울시에서 검토 중이라는, 서울 도심 주요 지역을 자전거 도로로 연결하는 계획이 그 좋은 예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가 일반 도로를 통행할 수 있는 지위라 하더라도 자동차만큼의 속도를 내기는 어려운 만큼 자동차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자전거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면 도심에서 자전거를 이용하기가 훨씬 편리해질 것이다. 또,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시설로 필요하다.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곳곳에 자전거 보관대가 설치되어 있지만 절도에 너무나 취약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각 자전거를 완전히 밀폐시킬 수 있는 구조의 자전거 보관대가 꼭 필요하다.

얼마 전에 내 본가가 있는 경남 창원에 갔다왔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 본 한국의 도시 중 자전거에 가장 최적화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곳이 바로 창원이다. 도심을 관통하는 대로를 따라 차량과 완전히 분리된 자전거 도로가 양쪽으로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내 주요 지점마다 무인자전거 대여 시스템도 운영되고 있다. 인터넷 등을 통해 가입을 해두면 교통카드를 이용해 저렴한 요금으로 도심 곳곳에 설치된 무인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고 반납은 꼭 자전거를 빌렸던 곳이 아니라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인데 프랑스 등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는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창원 시내 곳곳에서 대여용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비교적 성공적으로 정착되지 않았나 싶다.

창원시의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전거를 도시 주요 교통수단으로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좋은 예이다. 특히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지고 관련 시설들을 설치해주면 자전거 이용 인구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의 도로 체계가 자전거를 타기에 불편할 뿐 자전거 자체는 아주 좋은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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